Last Week in Los Angeles

공허한 마음만 가득했던 LA에서의 마지막 주를 정리해 보겠다. 이 것을 끝으로 매일 작년 사진 들춰보고 슬퍼하는 걸 그만두도록 할 것이다.

December 5, 2016

시험이 다 끝나고 10페이지짜리 페이퍼가 2개 남은 상황에서 도서관에서 밤을 새울 필요는 없었지만 또 언제 그럴 수 있겠나 싶어서 언니와 미겔과 밤을 새 보았다. 중간에 한국에 있는 친구랑 40분씩이나 통화도 하고 여유를 부렸다. 건강 따위 생각 안하고 잠을 포기했다. 난 젊으니까! 왠지 삶의 질이 낮아지는 길을 선택하는 것, 그것은 메조키스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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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서 천장을 자꾸 봤는데 높고 예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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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서히 떠서 밖으로 나와 해돋이를 구경했다. 먼저 해 쪽으로 한번 사진을 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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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 비춰져서 핑크색으로 변한 하늘도 찍었다. 조깅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옆에서 푸쉬업을 해서 뭐 칭찬해줘야하나 싶었던 것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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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예뻤던 Royce Hall. 모델이 훌륭해서 좋은 카메라가 필요가 없었다.

서서 본 왼쪽과 오른쪽. 오른쪽은 Powell Library이다. 이렇게 사진을 몇 장 찍고 너무 추워서 뛰어 들어갔다.

 

December 6, 2016

마지막에 콘서트 하나 보고 가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The Pretty Reckless가 공연을 하길래 날을 잡았다! 다트다트하게 콘서트 여정을 마무리해본다!

우선은 우리가 애정하는 Mr. Noodle에서 잠발라야 잠발라야 스파게티 잠발라야를 한 접시씩 먹었다. 거울 벽에서 빼꼼하는 사진을 안 찍을 수 없지!

애피타이저로 주는 과자가 길죽한데 뱀파이어 놀이를 안할 수 없지!

버스를 한시간 타고 Mayan Theater에 도착했는데 밤이 되어버렸다. 길에다가 한시간 날리는게 우버비를 좀 내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었는지 자괴감 마저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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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입고있는 파란 점퍼는 콘서트의 광란 속에서 팔이 찢어졌다. 흑흑 다시 꼬매볼려고 일단은 한국에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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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술을 좀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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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마셨더니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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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etty Reckless!

아 뭐야 예쁘고 쪼고맣고 허세 쩔고 라이브도 잘하고.. Taylor Momsen 약간 사기케였다. 정신없이 소리지르고 스트레스 풀면서 너무 재밌었던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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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을 탬탬.

 

December 8, 2016

아 진짜 이 날 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경험을 했다. 후하후하 살아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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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소속 미술관 Hammer Museum에서 Lion 상영과 director’s talk가 있었는데 주연배우 Dev Patel도 함께 했다. 뭔가 깊이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고 직접 보니 더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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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이 끝나고 데브가 남아있길래 가서 사진 같이 찍어달라고 말할까 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결국 다가갔는데 떠나려고해서 용감하게! 등을 톡톡 친다음에! 사랑한다고! 주절주절 고백했다! 막 스킨즈 때부터 지켜봤다~ 이번 영화에서 감정전달이 너무 좋았다~ 넌 내가 앞으로도 많이 기대하는 배우다~ 고마워 해주고 껴안아주고 사진도 찍었다. 사랑해요.

영화 자체도 매우 좋았다. 화면 자체도 너무 예뻤고,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로서 authenticity를 최대한 살린 것 같았고, 기술이 사람 사이의 연대와 한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 이로운 역할을 한다는 concept이 신선했다. 영화에 대해, 세상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주고 내 심장을 벌렁거리게 한 너무 특별한 이벤트였다.

밤엔 언니들이랑 또 도서관에서 밤을 새려다가 너무 피곤해서 먼저 들어갔다. 그냥 12시에 밖에 나와서 소리만 지르고 돌아가서 잤다.

 

December 9, 2016

하우스에서 꽤 큰 파티가 있었다. 사실 음악도 별로고 주제가 있는 파티도 아니었지만 함께한 사람들 때문에 평생 기억에 남을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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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서 행복했던 사람들. 아직 많이 애끼니깐 크게 보자.

게임 몇 판 돌리고 보드카 믹스 몇 컵 마시고~

나도 모르게 취해서 이 테라스에서 모르는 사람들하고 엄청 아는 척 했던 것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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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파이어는 뜨거웠었지.

바람 쇨 겸, 술도 리필할 겸 다이닝 홀에 와서 사진을 좀 더 찍었다. 잭코크를 마시다가 바지에 쏟아서 사이드가 쉬했냐고 놀렸었다. 흥 우린 그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었는데~!

다들 취해서 정상적이지는 않았지만 난 이 날 사랑받는 느낌을 받았고, 최고이지만은 않은 선택을 해서 무언가를 놓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안타깝고 미안하다.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랑이라는 깨달음을 잊지 않는 것이겠다. (갑자기 진지)

 

December 10, 2016

숙취도 있고 힘들었지만 남은 날이 얼마 없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나 이 날 아침 몸의 중앙이 너무 아파서 샤워하다가 울었었는데. 하루종일 페인킬러를 먹었는데. 돌이켜보니 나도 참 안쓰럽다.

우선 김치라면으로 해장했다. 그 전 날 밤의 얘기를 했는데 내가 느낀 감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언니가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쪼곰 서운했던 기억. 그리고 자꾸만 우리가 있는 공간에서 우리만 가장 시끄럽고 온통 조용한 걸 뜬금 없이 눈치채서 웃겼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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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달거리는 몸을 끌고 베니스 비치에 갔다. 하루종일 습해서 머리가 무슨 과거에서 온 사람처럼 곱슬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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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들만큼 많았던 아름다운 벽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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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들이 나오게 찍은 셀카! 내 얼굴만 왠지 엄청 살색이다.

해가 너무 금방 져서 어이가 없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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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좋아서 들어간 빈티지 가게. 이 날 왠지 물욕이 0이었어서 아무 것도 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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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크한 옷을 팔던 가게 쇼윈도우에서 바비 트리를 보았다. 참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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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을 드디어 먹었다! 여름엔 그렇게 줄이 길더니 좀 쌀쌀해지니 바로 들어가 주문해서 먹을 수 있었다. 나약한 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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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 아이폰에 비교해서 화질이 너무 별로네.

이렇게 쪼로록 앉아서 들어오는 개들을 구경했었지. 개들은 땅을 신나게 핥았지.

난 라벤더 & 허니 맛을 먹었는데 시원하고 맛있는 맛이었다. 언젠간 또 먹을 수 있겠지 나?

다음으론 산타모니카에 갔다. 밤이 되어도 멈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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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흥 엄마 미워!” 라고 말하고 있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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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찍어두고 싶었던 Forever 21 계단 쪽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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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밤엔 헐리나랑 잠깐 만났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헤어지는데 카드를 줘서 고맙고 슬펐다.

 

December 12, 2016

낮엔 마지막 페이퍼를 마무리하고 친구들이 떠나는 걸 지켜보고 슬픔이라는 것이 폭발했다. 밤이 되어서 쉅에서 만난 친구랑 점저를 먹고 또 친구의 정에 맘이 찡해졌다. 완전히 밤이 되었을 땐 언니들을 만나러 The Grove로 갔다. 사실은 천문대에 가려고 했는데 월욜이라 닫았었다. 우리 셋이 함께할 땐 운이 좋진 않다. 거의 머피의 법칙이다. 일어날 수 있는 불운한 일이 꼭 다 일어난다.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엄청났는데 난 엄청나게 슬펐어서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내가 슬픔쟁이라 아쉽다.

크리스마스 장시이이익.

주차장 옥상에서 내 아이팟 구질한 음질의 캐롤을 들으면서 불빛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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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밤 나름의 굿바이파티를 한다고 맥주를 두병 씩 마셨다. 내 핸드폰 비밀번호를 알아버린 하비가 엄청 뿌듯하게 사진 선물을 남겼다고 했는데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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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울 것 같아 찍어둔 헤모글로빈. 좀 징그러운 건 사실이다.

 

December 13, 2016

마지막 날이니깐 괜히 좀 더 디테일하게 하루를 되짚어본다.

다이닝 홀에서 마시다가 내 방으로 넘어 와서 더 마셔서 약간 취했었고 언니들 만나서 얘기하다가 다시는 UCLA로 등교하지 않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끄억끄억 울어서 더욱 제 정신이 아니었다. 방에 혼자 남아서 가장 먼저 벽에 붙은 포스터들을 떼는데 이젠 진짜 떠나는 것 같아서 또 눈물이 나왔다. 그러다가 나 혼자 하루만에 짐을 다 챙겨야 하는데 울고 있을 시간이 없구나 생각이 번뜩 들어서 눈물을 스윽 닦고 바삐바삐 움직이며 밤을 새웠다. 동이 틀 즈음 빨래를 하려는데 동전이 부족해서 좌절하고 있었다. 근데 난 역시 운이 좋은 사람인지 키친에서 같이 일하는 옆 방 프랑스친구 제롬이 일하러 나오다가 문을 너무 벌컥 열어서 내 방 문이 열렸다. 기회는 찬스다 싶어서 제롬한테 쿼터 두개가 혹시 있냐고 거의 구걸하듯이 물어봤는데 선뜻 바꿔줘서 너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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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가방 하나를 다 싸고 친절하고 잘생긴 우버기사를 만나서 무사히 택배를 부쳤다. 타겟에 마지막으로 가서 여유롭게 여행에 필요한 걸 사고  미스터 누들에서 잠발라야를 맛있게 먹었다. 난 사실 이 때 이 것이 그 날의 처음이자 마지막 끼니가 될 것을 알고있었다.

언니들이랑 짐 정리를 끝내고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나 혼자 시간을 잘 못 알았다. 친구들이랑 몇 시간 놀고 마지막 인사도 했다. 시간을 잘 못 안 것은 나에게 축복이었다. 오지랖이 넓어서 미겔과 언니의 로맨틱한 만남도 성사시켰다. 내게 따뜻하게 기억될 날이다. 근데 분명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는데 왜 때문에 나한텐 이 사진들 밖에 없을까..! 이 와중에 내 노란 핸드폰 케이스랑 가방.. 아주 시선강탈이다.

여름에 교환을 일찍 마친 친구가 미국을 떠올리면 사람들이 가장 그립다고 했을 때는 크게 공감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하우스를 바꾸고 정 많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정신 없게 지내다보니 어느새 내게도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되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도시였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게 잊을 수 없는 따뜻함을 주었다. 교환학생을 하는 기간 동안의 모든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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